[김정학의 코칭스토리]

|● 가까울수록 뒷모습이 중요합니다 ●|

어느 젊은 학원 원장이 자녀교육을 성공적으로 한 나이 지긋한 원장에게 묻습니다.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 질문에 이런 답을 합니다.
"집에 가면 직접 가르치려 하지 말고 좋은 선생님 붙여줘. 엄마 역할만 잘하면 돼."

이 말 속에 자녀교육의 중요한 원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아무리 공부를 잘 가르치는 전문가라 해도 자녀에게는 엄마가 되어야 합니다. 엄마의 정체성이 있고 그 자리를 지킬 때 아이가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랍니다. 아이는 엄마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보고 배우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엄마가 시키는대로 잘 순종합니다. 그러다가 사춘기의 시기가 되면 말을 잘 안 듣습니다. 특히 명령이나 가르치려 할 때 강하게 거부합니다. 어렸을 때 강압성이 컸던 아이들이 반항의 정도가 더 크게 나타나곤 합니다. 이 갈등은 소통을 막고 서로를 힘들게 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을 변화시키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엄마가 이런 하소연을 합니다.
"뭔가 도와주고 싶어서 가까이 가면 알아서 하겠답니다. 그럼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하면 나를 포기하는 거냐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왜 이러는 걸까요.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 것일까요.

진짜 가깝다는 것은 물리적인 거리가 아닙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고 가까운 것도 아닙니다. 함께 사는 집안에 웬수가 있을 수 있거든요. 저는 가까운 관계를 위한 두 가지 조건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상대방의 공간을 인정해주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집에서 자녀의 방문을 열 때 노크를 한다든지 명령대신 부탁을 하는 것이 한 가지 예입니다. 그래야 정서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바라봐주는 것입니다. 지켜보는 것이 아닙니다. cctv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말입니다. 믿음과 신뢰를 표현해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실패하고 실수할 수 있도록 거리를 떼어주는 것입니다. 그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깨닫고 일어서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엄마가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느끼는 아이는 어려움을 이겨낼 줄 아는 주도적인 아이로 자라갑니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싶어합니다

진짜 어른이 없답니다. 아이들이 본받고 싶고 흉내내고 싶은 어른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연예인들을 좋아하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보아야 할 진짜 어른은 집안에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분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부모님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집안에서 어른의 모습을 본 것입니다. 큰 축복을 받은 아이들이죠.

진짜 어른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요.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으로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말로 가르치려 하는 대신 삶으로 가르칩니다. 아니 보여주는 것이죠. 집안에서 교육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부모님의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에 그 말이 먹히지 않는 것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집안의 어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너무 어려운 과제나요? 저는 자신의 삶을 잘 사는 것이 어른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역할을 잘 감당하는 것입니다. 엄마로서 아이들을 정성껏 사랑하는 것입니다. 엄마가 지적으로, 건강적으로, 사회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엄마가 행복해지는 것이지요. 이게 아이들이 보고 싶어하는 어른의 모습이고 뒷모습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농사가 자식농사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오죽하면 '10대 자녀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했을까요. 힘든 일이기에 그 가치가 너무도 크다는 걸 기억해야겠습니다. 이제는 직접 가르치지 말라는 그 원장님의 말을 조금은 알듯합니다. 아이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라는 걸 말입니다.